“학생들이 너무 많이 (학교를) 나가니까 남은 아이들의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. 지난 몇 년간 산소마스크로 연명한 거나 마찬가지였다.” 교육부의 동의를 받아 일반고 전환이 13일 확정된 미림여고 교사의 말이다. 미림여고는 자사고 지정 뒤 고입 전형에서 경쟁률이 0.5 대 1 수준을 밑돌았다.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학마저 잇따랐다. 2012년 121명, 2013년 64명, 2014년 84명이 다른 학교로 옮겼다. “원래 정원이 1000여명인 학교에 학생이 700명 수준밖에 안 되니 학교가 꽉 차 있는 느낌도 안 들고 아이들이 내신성적을 받기도 어려웠다”고 이 교사는 덧붙였다.
우신고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. 다른 학교로 옮긴 학생이 2012년 63명, 2013년 94명에 이른다. 최근 2년간 우신고의 입학 경쟁률은 0.4 대 1 안팎이었다. 서초구의 세화여고가 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입학 경쟁률은 높게 유지되는 것과 비교된다. 우신고의 한 교사는 “지역적인 특성도 무시하기 어렵다. 미림여고가 위치한 관악이나 구로 등은 일반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다. 입시에 특별히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자사고를 계속 다니려 하지 않는 거 같다”고 말했다.
일시적 현상이겠지만, 일반고 전환 결정 뒤 ‘엑소더스’(탈출)도 심각하다. 미림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뒤 2개월 사이에 50여명이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. 이 학교 2학년 학생의 학부모는 “분위기가 워낙 뒤숭숭해 본격적인 입시 대비에 접어들기 전에 학교를 옮겨야 할 거 같다”고 말했다.
엄지원 기자 umkija@hani.co.kr
출처 : 한겨레신문 (http://www.hani.co.kr/arti/society/schooling/705663.html)